플로렌스에는 여러 학교가 있지만, 장미의 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명망을 떨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래된 '렌브릿지 스쿨'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지요.

그의 가문은 대대로 뛰어난 무인을 배출했습니다. 장미의 이름을 새긴 기사들의 계보를 살펴보면 레디오스라는 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다소 아쉽게도 이 드높은 명성은 오랜 시간 무인의 길에만 한정되었습니다. 렌브릿지 스쿨의 학생회장이자 플로렌스의 자랑으로 우뚝 선, 크롬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크롬은 수많은 학생의 귀감이 될 학생회장이자, 교직원들에게도 신임받는 우등생이었습니다. 비단 뛰어난 성적과 훌륭한 무예 실력만이 그 증거가 되진 않겠지요. 소외되는 이 하나 없도록 먼저 다가서는 마음씨라든가. 어떤 갈등도 포용할 줄 아는 따뜻한 리더십이라든가. 그 모든 온기가 현재의 크롬을 만들어주었거든요.

그러니 그의 이명을 들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아는 '연회장의 꽃'.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무패의 기사단장'. 모든 이명에 그를 향한 애정이 담겨 있겠습니다만, 크롬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름은 아무래도 '봄'일 겁니다. 크롬이 바라는 세상에는 잔인한 전쟁도, 혹독한 겨울도 오지 않을 테니까요.

운 좋게 연회장에서 그를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 보세요. 원한다면 한 곡을 청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부드러운 선율 위의 크롬과 함께라면, 당신의 매일도 푸르른 한봄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