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란슬로트 영웅전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구절입니다. 어린 오스왈드는 책을 덮으며 외쳤습니다. “아니, 아무나 될 수 없다!” 난세를 평정할 영웅이 나타난다면, 그건 자신의 몫이어야 했지요.

물려받은 갑주, 벽에 걸린 대공의 초상화, 가문에만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자부심의 원천이었습니다. 작위를 얻고 나서는 자신의 시대가 열렸다고 확신하기까지 했죠. 그러니 단 한 번의 오판으로 부하들을 모두 잃었을 때, 오스왈드가 받은 충격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젊은 영주는 몰랐습니다. 용맹과 지혜, 그리고 실패 없는 영광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여겼으니까요.

처음으로 책임의 무게에 짓눌리자, 더는 경전과도 같던 영웅전기를 펼칠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 속 완전무결한 우상이 그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숨통이 트인 건, 부끄럽게도 전권을 쌍둥이 동생에게 넘긴 후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지요. 날 선 말이 오가고 소모적인 공방이 수차례 벌어졌습니다. 무책임하다는 지적에는 대꾸조차 할 수 없었죠. 결국 인사도 없이 나탈리를 떠난 오스왈드는 전설 속 란슬로트 비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비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모험과 도피의 기로에서 언제까지고 헤맬 수 있을 테니까요. 오스왈드는 흐르는 물과 같이 광대가 되었다가 귀족이 되었다가 어느 변두리 마을에서는 신으로 추앙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운명은 오스왈드를 전설의 시작점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신비로운 힘이 그를 불러들였으니 이를 우연의 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또다시 오스왈드는 갈림길에 섰습니다. 기나긴 방랑이 끝나는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발자취마다 새로운 영웅전기가 태동하고 있음은 분명하지요. 이제는 오스왈드도 믿어보려 합니다. 주어진 소명과, 그를 따르는 이들과,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