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볕을 쬐던 어느 날의 일입니다. 라이안은 개미 행렬에 작은 장애물을 놓아보았습니다. 우왕좌왕하던 개미떼는 곧 다시 길을 찾았지만, 한 마리는 무리를 등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죠. 그 꽁무니를 쫓는 순간 라이안의 마음에도 새로운 길이 트였습니다.
떠나기 전 남긴 짧은 통보를 라이레이는 듣지 못했습니다. 누나의 분노가 황야를 뒤덮었을 무렵 라이안은 이미 페르사를 떠나고 없었지요.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이유로 들어간 유랑 극단 생활은 몇 달간 이어졌습니다. 타고난 힘으로 무언가를 구부러트리거나 들어 올릴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일은 어렵지 않았으나 별다른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화려한 듯 단조로운 생활에 흥미를 잃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저 그런 일조차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어찌 보면 다소 결벽적인 태도로, 라이안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한낮에 늘어져 있거나 협곡과 구름과 새떼의 비행을 지켜보는 일에요.
이후의 행방은 더욱 예측불허했습니다. 은인의 집에서 농사를 거들며 계절의 순환을 느꼈고, 유령이 나온다는 폐가에 머물며 적막과 친구가 되었죠. 모험은 계속되었지만 정작 그는 교훈거리를 찾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목적 없이 유랑하며 발 딛고 있는 장소와, 함께 있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삶이란, 한 줄로 이어진 행렬에서 벗어나 몸을 틀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해저왕국을 찾다가 시공간이 뒤엉킨 탑으로 떨어진 것 또한 우연에 몸을 맡긴 결과였습니다. 라이안은 탑에서 만난 익숙하고도 새로운 얼굴들 속에서 또 다른 길의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이 엉뚱한 길잡이는 이제 당신의 뒤를 따라오려고 합니다. 지도 한 장 없이, 묵묵한 짐꾼을 자처하면서요.

